

안녕하세요. 정오 대표 김재화입니다.
오늘은 저의 커리어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며, 왜 창업을 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왜 에이전시를 도전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
에이전시
처음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곳은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에이전시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하루라도 빨리 업무 경험을 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계약서 작성 당일날 대표님이 이런저런 핑계로 연봉을 낮춰서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무리한 요구에도 “그래 일 배운다고 생각하자”하며 수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마저도 그 당시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해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
그럼에도 너무 일이 배우고 싶었고, 이 업계에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객과의 미팅, 이전 프로젝트 소스 분석 등 제게 주어진 일은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매번 쉽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계약을 하고 난 뒤 클라이언트의 실무 담당자와 긴밀히 소통 및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서비스 관점에서 중요한 기능으로 보여지는데 정작 계약서에는 이를 생각하지 못해 계약서에 누락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라이언트의 실수이기는 하지만 해당 기능을 포함해서 개발하고자 보고드렸지만, 돌아온 답변은 “계약범위가 아니라서 안된다고 해” 였습니다. 저는 이 말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으니 풀어서 이야기를 전하긴 했지만 실무 담당자 또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가 꽤나 빈번했고, 결국 계약서 상으로만 만들어진 서비스는 앙꼬없는 찐빵처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약서에 누락이 되었다 하더라도 전체 일정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진행했다면 고객도, 결과물도 더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계약관계이기에 이에 맞게 움직이는게 맞긴 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너무 차가운 결정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인바운드
인바운드 회사로 이직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인 성장이었습니다. 아웃소싱 에이전시에서 다양한 도메인의 개발을 진행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많은 라이브러리(개발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든 도구)를 가져다가 쓰면서 기능구현은 하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동작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
- 개발이 완료되어 납품을 하고 나면 운영을 하면서 운영상의 이슈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점
-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젝트에는 10~20년 전에 만들어진 버전의 코드로 개발을 하고 납품을 하고 있다는 점
서비스 회사를 경험하면서 개발자로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술적으로도 깊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서비스의 에러를 감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샤딩, 응답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쿼리 튜닝, 대용량 트래픽 처리를 위한 메시지 큐, 빠르고 안정적인 배포를 위한 무중단 배포 등 운영 중인 서비스를 더 갈고 닦는 기술적인 경험들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재직 중에는 사용자도 많을 뿐더러 계엄선포 등 사회적인 이슈로 인해 트래픽이 순식간에 몰리는 등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많이 적용하고 고도화해왔습니다.
socket io를 활용한 실시간 호가 노출 및 주문, 금융당국의 보안 정책을 준수하기 위한 다양한 암호화 기술 및 인증 적용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
주변 지인이 아웃소싱을 통해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나서 저에게 많은 하소연을 했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면,
-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다 가능하다고 했는데 정작 진행할 때는 지인이 얘기한 부분만 반영되고 에이전시에서 기획이나 디자인적으로 제안이나 의견을 주는 경우가 없었다. IT 쪽에 전문적인 경험이 없는 지인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맡길 수 있을줄 알았는데 실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가면서 만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디자인 시안을 봤을 때 결과물이 기대 이하였고, 재작업을 요청해도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다. 그래서 결국 지인이 대부분 가이드를 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개선이 필요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사항들을 전달하면 아주 사소한 부분이여도 최소 1주일 ~ 2주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빠른 작업이 너무나도 중요한데 개발사의 개발 지연으로 인해 허들과 손해가 많았다고 한다. 1주, 2주 작업이 하나둘 쌓여 처음에는 3개월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장장 9개월이 걸려 마무리 되었다. 😭
- 사업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데,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게 된다. 이미 계약을 한 상황이다보니 버리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를 하려고 하다가 예상치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된 상황.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 할지라도 이는 분명히 실패한 프로젝트이고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사업 손실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그 때의 에이전시에서 별로 달라진게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바운드 회사는 끊임없이 비효율을 개선하고 기술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는데 왜 여전히 아웃소싱 비즈니스는 제자리인걸까? 그래서 육아휴직을 하며 쉬는 동안 지인의 웹사이트를 완전 새롭게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첫 고객이었던 셈입니다.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IT 업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이야기하면 어떤식으로 풀어낼지 구체화하는 동시에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기획부터 다시 짚어가며 결과물을 개선하려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객도 200% 만족한 프로젝트였고, 사용자도 이전대비 클릭수나 노출수가 230배 이상 급증하는 좋은 결과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성과는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더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비즈니스의 문제, 고민을 기술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오는 어떤 의미에요?
대학시절, 철학자 니체의 책을 읽으며 삶의 방향성을 잡아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 “삶의 정오”에 대한 말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삶에 있어서 가장 밝은 시기, 그 어느때보다도 빛나고 활기찬 시기. 나는 그 시기에 얼마나 빛나고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때의 내 모습이 아니라, 그때를 준비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의 정오는 지금이라는 과정의 결과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하며 달려왔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서적과 강의를 읽었던.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왔던 시기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건지 효용성과 실효성도 함께 고민해보고 사용해보았던. 알고리즘 문제 푸는게 너무 즐거워 프로그래밍 대회까지 나가 면접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던.
회사에서의 경험과 개인적인 공부와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주도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란 지속적으로 시도할 저의 서비스에 대한 시도도 되겠지만, 저를 믿고 정오를 찾아주시는 고객들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고객에게는 빠르게 MVP를 만들어 가능성을 확인하고 더 다양한 방향들을 기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제안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어떤 부분이 병목인지, 그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기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의미에서 정오라는 회사는 30대의 성장과 노력의 결과물을 증명하는 시기, 결과로써 보여주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정오라는 이름으로 고객을 만나는 데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고객의 결과물은 곧 지금까지 제가 일구어온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오로 회사 이름을 지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분히 증명할 자신이 있었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스스로에게 자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서비스가 정오의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
